콩새를 기다리며 mi*******2018.08.12

새벽에 운동하던 공원에서 콩새 한 무리를 만났다.솜이불처럼 두터운 안개속 단풍나무 가지사이에서 열매를 먹고있었다. 학교 다닐때 귀가길에 콩새 한마리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.탈진상태로 담벼락에 바짝 붙어 바들바들 떨고 있는 걸 그냥 두면 십중팔구 저체온증으로 죽거나 고양이밥이 될 판이었다.방에 데려와 라면박스에 헝겊을 깔고 물과 좁쌀을 주어도 먹지도 않고 귀퉁이에 웅크리고만 있었다.˝무슨 새인가요?˝퇴근하신 아버지께 보여드렸다.˝콩새네.부리랑 목이 이렇게 두껍고 몸이 분홍색이잖아.날개는 흰색 파란색 까만색이 선명하게 나뉘어있고 말야.다 자란 놈인듯한데.˝조류관찰이 취미이던 아버지는드디어 관심분야를 딸과 공유할 기회를 만나 신이 나셨다.˝아유 못말리는 부녀 좀 봐.무슨 기생충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는데 야생새를 방안에 데려와선 어쩌려고 그러는지 ?˝어머니는 혀를 끌끌 차며 못마땅해 하셨다.스트레스 받을까봐 책상밑에 두고 신문지를 덮어 주었다.밤에 살짝 보니 자는 것같았다.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부엌에 구수한 죽이 끓고 있었다˝우와 진짜 맛있네!˝짭잘한 장조림을 곁들여 먹고있는데˝그렇지?재료가 아주아주 특별한거라 맛이 끝내주지?˝오빠가 죽그릇을비우며 왠지 실실 웃고 있었다.뭔가 퍼뜩 떠올라 숟가락을 던지고 방으로 달려갔다.박스가 비어있었다.˝새 어디갔어?내 콩새 어디갔어?˝오빠는 내 어깨를 툭 치며˝야 그게 자연산이라 육질이 쫄깃하고 국물이 구수한게 일품이네.˝하고 지나갔다.˝세상에!엄마!콩새로 죽을 ?˝어머니는 태연히 식탁에 와 앉으셨다.˝나름 맛이 괜찮지?˝눈물이 솟구치고 속이 울렁거렸다.˝너무해요.어떻게 ?˝˝와하하하 천하일미 콩새죽 ?˝오빠의 등짝에실내화짝을 집어던졌다. 울고 있는데 어머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.˝얘 아무러면 그 쪼끄만걸 잡았겠니?할머니가 보내신 토종닭이야.특별한 재료 맞지?˝˝새는요?새 없잖아요˝말까지 더듬으며 눈물을 닦았다.˝새는 물이랑 먹일 좀 먹더니 어찌나 푸득거리는지 뚜껑을 열어보니 그냥 날아가버렸어.˝새가 회복된 건 기뻤으나 나를 곯린 식구들에게 성질을부렸다.특히 오빠한테는 토라져 한달이나 말도 않았다. 아침이 밝아오는 공원엔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지저귀던 콩새들도 차례차례 날아가버렸다.나는 뻣뻣한 다리를 풀며 일어났다.운이 좋으면 또 만나겠지.오래 잊고 있던 기억속의 작은 녀석들을 나는 내일도 기다려보려한다.